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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앤의수다

나만의 힐링스페이스

조금 넓은 공간만 보면 뛰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해불가 표정이 절로 지어진 적이 있다. 

시간만 나면 배드민턴 구장으로 갈 궁리를 하는 남편이 얄미운 적도 있었다. 

난. 

까페가 좋다. 

길에 지나다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고 싶다. 

조금 더 분위기 있어 보이는 까페엔 더 들어가고 싶다. 

그냥 거기가 난 좋다. 


실제로 그렇게 들어가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

커피맛도 잘 모르는 내가 오천원 넘는 커피를 훌쩍 혼자 원샷하고 올 상황은 못된다.

회사원들처럼 안먹으면 죽을거 같은 만성피로감에 시달리는 것도 아닌데..

오천원에 마음이 쪼그라들어 안 가는거다. 

그래서 그 곳은 내 로망이 되어버렸다. 

커피 한 잔 상쾌하게 사먹지 못하는 내 신세를 한탄하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깝고. 

그래서 까페를 아끼기로 했다. 

아껴서 자주 안 가는걸로 했다. 

인생 뭐 있나. 내가 정하는대로 흘러가는게 내 인생이다. 


자주 가고 쉽게 가면 그 곳은 더 이상 내 로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어쩌다 가는 인천공항의 공기가 나를 들뜨게 하듯

까페의 공기도 내겐 힐링이 되고 들뜸이 되어준다. 

그래서 좋다.

허구헌날 마시는 커피는 이런 달콤함이 아닐 거다 분명.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점점 더 그래진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고 나를 감싼다. 

이 생각만으로 충분히 살아있음을 느끼고 더 행복해진다.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것저것 끄적이다 보면 어느새 부자가 된 느낌이다. 

내 머릿 속의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비록 지금은 그저 조각조각난 퍼즐 조각같지만, 

곧 맞추어질거라 믿는다. 

내 노력들과 생각들이 헛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모처럼 혼자 찾아간 까페에서 육천원짜리 라떼를 주문하면서 느끼는 설렘

이 설렘으로 또 꺼내드는 수첩과 펜.

그리고 도서관 이름이 선명한 전부터 읽고 싶었던 그 책.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많은 것들 중 하나.

없어봐야 소중함을 안다는거.

내겐 혼자 보낼 시간이 없었고,

집 앞에 변변한 까페가 없었고,

커피 한 잔 쉽게 사먹을 돈이 없었고,

읽고 싶은 책도 없었다. 


없어보니 알았다. 

내 옆에 있는 까페와 책과 내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사라지지 않게 내가 잘 지키고 감사해야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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