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않고 또박또박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눈물을 글썽글썽합니다. ‘네’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아니오’대신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귀엽습니다. 마냥 아기 같은 1학년들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식이 아닌데도 정말 귀엽습니다. 한 명 한 명씩 보고 있으면 퇴근 후에도 미소가 지어질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 맛에 힘들어도 담임 선생님 하고 싶어집니다. 한 명씩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만 바라보고 그 아이와 단둘이서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30명씩 교실에 모여 있으면 사랑이고 뭐고 똑같은 질문에 30번씩 똑같은 대답 해주느라 목이 쉬는 건 금방입니다.
그러니 묻는 말에 대답 잘 못하고 눈물 뚝뚝 흘리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오랫동안 달래줄 여유가 없습니다.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주기가 참 어렵습니다. 맘 같아선 따로 불러 안아주고 달래주고 속상한 마음 풀어주고 다 하고 싶은데 그 어떤 것도 해줄 시간이 없습니다. 그게 1학년 교실의 현실입니다. 배울게 많은 노련하고 사랑 넘치는 경력 많은 선생님들도 아이들 모두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기는 여전히 어려워하십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눈물을 보입니다. 우리는 엄마니까 잘 압니다. 내 아이가 어떨 때 눈물을 보이는지 잘 압니다. 눈물이 적은 아이들도 눈물이 없지는 않습니다. 유난히 눈물이 잦은 아이들도 반에는 있습니다. 발표하기 두려워서 눈물이 나고 친구가 소리를 지르면 놀란 마음에 눈물을 쏟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야단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울음 끝이 짧은 아이도 있지만 오랫동안 울어야 속이 시원한 아이도 있습니다. 울지 말라고 말해도 한 번 터진 울음은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어릴 때 엄청 울었습니다. 툭하면 울었어요. 그런 저를 너무 닮은 아이가 학교에서 수시로 울었습니다. 둘째 규민이는 입학 초기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울었었나봐요. 1학기가 끝날 즈음 되니 선생님께서 규민이가 이제 우는 게 많이 줄었다고 하시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운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의 마음을 글로 옮기기도 싫을 만큼 속이 상했어요. 자주 우는 아이를 다른 친구들이 놀리고 무시하는 걸 교실에서 봐왔기 때문에 규민이가 놀림 받는 모습을 상상하며 저도 눈물이 났어요. 저를 닮아 눈물이 많은걸 탓하기도 미안하더라구요.
학교 갈 때마다 약속을 했어요. 울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약속을 지킨 날은 원하는 간식을 사줬어요. 울 때마다 달래느라 진땀 빼실 선생님께도 죄송했고, 울음 그치길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에게도 미안했어요.
아이가 평소에 눈물이 많다면 담임 선생님께 가끔씩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학교에서 울었다는 것까지 가정에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울고 왔는데도 엄마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듣고 뒤늦게 속상해하거나 폭풍 잔소리를 하는 엄마들도 있어요. 이유가 어찌됐건 말이 아닌 눈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직 아이의 모습이 남아있기 때문일 거에요. 지켜보는 엄마도 답답하고 말할 수 없이 속상하지만 계속된 칭찬으로 아이를 세워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입니다.
일선 초등학교 교사들은 ‘초등학생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생님을 툭툭 치면서 몸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들이 많고, 선생님이 물으면 잠자코 있거나 고개만 끄덕여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며 그런 아이를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초등학생이 되었는데도 유치원 때처럼 모든 것을 선생님이 다 알아서 해줄 거라 믿고 유치원 때와 똑같이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준비된 아이가 성공한다』-김숙희 저
또 아이가 평소에 문장 전체를 맺지 않고 단어만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경우도 유심히 보면 좋아요.
“엄마, 물”
집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아이의 언어지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문장을 끝맺지 않는 습관이 있으면 자신감 없고 버릇없는 아이로 비춰질 수 있어요. 말하기를 좋아하고 선생님께 예쁨 받고 싶은 여자 아이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선생님 곁을 떠나질 않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늘어놓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전체 아이들 중 반도 안되요. 수줍음이 많은 여자 아이들이나 긴 단어와 문장으로 자기 표현을 해본 적이 없는 남자 아이들은 모든 대답이 단답형입니다. 국어 시간에 발표 연습을 할 때 보면 시작은 잘 되는데 마무리가 수습되질 않아 쩔쩔매는 아이들을 종종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집에서도 일부러라도 조금 긴 문장을 끝까지 말해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드물긴 하지만 선생님을 부르는 것조차 쑥스러워 망설이는 아이들도 있어요. 도움을 청할 일이 있거나 불편한 게 있는데도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게 힘들어 꾹꾹 참고 있지요. 타고난 아이의 성향이 많이 좌우하는 부분입니다. 집에서는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만으로도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을 알아내고 도와줄 수 있었어요. 아이는 큰 불편이 없었을 거에요. 유치원 선생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많이 친절하고 섬세하셨구요. 필요한 경우에 자기의 상황과 의견을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말끝을 흐리거나 우물쭈물 얼버무리며 말해도 집에서는 유치원에서는 다 통했습니다. 그럭저럭 큰 불편 없이 잘 지냈거든요. 학교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으니 아이들은 학교가 불편하고 무섭습니다. 아이에게 학교가 불편하고 무서운 곳이 되지 않도록 매일 조금씩 긴 문장도 말해보고 눈물도 참아보고 대답도 정확하게 문장으로 만들어보게 하세요. 그게 학교 생활 돕는 길입니다. 예쁘고 좋은 옷 사주고 비싼 필통 사주는 게 아이의 학교 생활을 더 기분 좋게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울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기, 문장을 분명하게 끝까지 마치기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낯선 대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출처 <참쉽다 초등학교입학준비> 황금부엉이. 이른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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